📑 목차
어느 순간부터 알게 되었는데 내가 하루에 한 번은 꼭 초인종 소리를 듣고 산것 같다. 일명 택배 알림 소리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클릭 몇 번이면 뭐든 집 앞으로 오는 세상에 살다 보니, 작은 생필품부터 간식, 책, 휴지까지 전부 온라인 쇼핑으로 해결했다. 그러다 어느 날, 재활용 배출 날에 현관 앞에 쌓인 포장 쓰레기 더미를 보고 멍해졌다. 종이박스, 완충 포장, 비닐, 스티로폼… 제품은 이미 내 손에 있지만, 그걸 싸고 왔던 것들은 전부 쓰레기로 남아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했다. “내가 택배를 많이 시키는 게 아니라, 포장 쓰레기를 많이 만들고 있는 거구나.” 그래서 작은 실험을 시작했다. 바로 ‘택배 받는 날을 일주일에 한 번으로 묶어보기, 포장 쓰레기 줄이는 주문 루틴’ 만들기였다.
이 글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다음과 같다.
- 온라인 쇼핑을 하면서 택배 받는 날을 줄이고 묶어서 받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 수 있다.
- 충동 구매를 줄이고, 포장을 줄이는 방향으로 주문 루틴을 재설계하는 현실적인 방법을 배울 수 있다.
- 포장 쓰레기가 줄어들면서 생활 공간·마음 상태·재활용 루틴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간접 경험할 수 있다.
- 무리한 제로웨이스트가 아니라, 나에게 맞는 속도로 할 수 있는 일상적인 환경 실천 관점을 얻을 수 있다.
이제부터는 내가 실제로 한 달 동안 택배를 “오는 대로 받는 삶”에서 “일주일에 한 번만 받는 삶”으로 바꿔 본 경험, 그 과정에서 줄어든 포장 쓰레기와 달라진 소비 습관, 그리고 마지막에 내린 솔직한 결론까지 차근차근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1. 매일 초인종이 울리던 집, 택배가 아니라 포장 쓰레기가 쌓이고 있었다
실험을 시작하기 전, 나는 일주일 동안 내가 받은 택배 개수를 세어봤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크고 작은 박스가 현관 앞에 최소 하루 1개, 많을 때는 3개까지 쌓였다. 합쳐 보니 일주일에 10박스가 넘었다. 물티슈, 간식, 커피 캡슐, 책, 빨래건조대용 집게, 아이 학용품… 하나하나는 다 필요한 물건이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그때그때 따로따로 도착하는 포장 쓰레기였다.
종이박스를 접어 재활용 수거함까지 들고 나가는 길은 점점 더 귀찮아졌다. 온라인 쇼핑이 시간을 절약해준다고 믿었지만, 사실 나는 그만큼 포장재를 정리하고 버리는 시간과 수고를 떠안고 있었다. 특히 이중 포장된 택배를 볼 때마다 약간의 죄책감이 따라왔다. 박스 안에 또 박스, 그 안에 뽁뽁이와 비닐… 내 소비 습관이 그대로 쓰레기 산으로 시각화되는 느낌이었다.
그날 밤, 종이박스를 접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물건을 많이 사는 것도 문제지만, 이걸 제때제때 따로 시켜서 포장재를 더 많이 쓰게 만드는 것도 문제 아닐까? 일단 택배 받는 날부터 줄여보면 어떨까?”
2. 규칙 만들기 – 택배 받는 날 ‘주 1회’로 묶어보기
나는 혼자 스스로에게 아주 단순한 규칙을 만들었다.
“앞으로 택배 받는 날은 일주일에 한 번, 토요일만.”
즉, 월~금에는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기만 하고, 결제는 금요일에 몰아서 하는 방식의 주문 루틴을 만들기로 했다. 급한 생필품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물건은 사실 “당장 내일 안 와도 되는 것들”이었다. 이 규칙이 중요한 이유는, 배송 날짜를 묶으면 자연스럽게 주문 횟수도 줄고, 그만큼 포장 쓰레기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물론 예외 규칙도 정했다.
- 정말로 오늘 안에 필요해서, 동네에서 구하기 어려운 물건이라면 즉시 주문 가능
- 식재료처럼 신선도가 중요한 것들은 기존대로 장보기나 동네 마트 이용
- 나머지 ‘있으면 좋겠는 것들’은 전부 온라인 쇼핑 장바구니에만 담아두기
이 규칙을 정하고 나니, 평일에 쇼핑몰을 둘러볼 때도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지금 결제해도 내일 바로 오는 건데…”라는 유혹 대신, “어차피 결제는 금요일에 할 거니까, 일주일간 한 번 더 생각해보자”라는 브레이크가 생긴 것이다. 이건 단순히 택배 받는 날을 줄이는 것 이상으로, 내 소비 습관 자체를 천천히 살펴보게 만드는 장치가 되었다.
3. 첫 주 – 금요일 장바구니 정리 시간, 충동구매가 반 이상 사라졌다
첫 주 금요일 밤, 나는 장바구니를 열었다. 평일 동안 ‘사고 싶다’ 싶어서 담아둔 물건들이 꽤 많았다. 텀블러, 예쁜 그릇, 신상 과자, 아이 장난감, 책 두 권, 그리고 실제로 필요한 생필품들까지 뒤섞여 있었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 다시 보니, 눈에 보이는 게 달라졌다.
아주 갖고 싶었던 것 같은 텀블러는 “집에 비슷한 게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어 삭제했고, 제로웨이스트에 좋을 것 같다며 담아둔 예쁜 유리병 세트도 “지금 당장 필요한 건 아니네”라는 마음이 들었다. 반면, 떨어져가는 세제, 고장이 난 멀티탭, 아이 필기도구 같은 것들은 여전히 필요했다. 나는 장바구니를 다시 정리해서 “정말 안 사면 안 되는 것들”만 남기고 결제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시간을 한 번 통과하고 나면, 충동구매와 진짜 필요의 차이가 훨씬 또렷해진다.”
이렇게 주문을 묶으니, 결제 횟수도 줄고 택배 박스 수도 줄었다. 덕분에 포장 쓰레기도 줄고, 돈도 조금 덜 나갔다. 무엇보다도 내 주문 루틴에 ‘생각할 시간’이 들어갔다는 게 가장 큰 변화였다.
4. 두 번째 주 – 포장재 줄이는 주문 요령이 보이기 시작했다
둘째 주부터는 “언제 주문할까?”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포장 쓰레기를 더 적게 만들려면 어떻게 주문해야 할까?”까지 고민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나에게 맞는 주문 요령들이 생겼다.
- 같은 쇼핑몰에서 묶음 주문:
같은 제품을 이곳저곳 최저가로 나누어 사는 대신, 한 곳에서 조금 더 묶어 사는 방향으로 바꿨다. 이렇게 하니 배송 박스 개수가 확 줄고, 택배 받는 날에도 박스 수가 확실히 줄었다. - 합배송 옵션 활용:
여러 개의 상품을 주문할 때 “가능한 상품끼리 합배송” 옵션을 꼭 체크했다. 어떤 쇼핑몰은 자동으로 묶어 주지만, 어떤 곳은 따로 선택해야 해서 주문 루틴 안에 “합배송 확인”을 습관처럼 넣었다. - ‘내일 도착’ 대신 ‘여러 개 묶어 도착’ 선택:
빠른 배송보다, 묶음 배송을 선택하면 박스와 완충재가 줄어드는 경우가 많았다. 조금 늦게 받아도 괜찮은 물건은 가능한 한 묶어 받는 쪽을 택했다.
그렇게 둘째 주 주문을 마치고 토요일, 현관 앞에는 큰 박스 두 개와 작은 박스 한 개만 놓여 있었다. 이전이라면 비슷한 양의 물건이 6~7개의 택배 박스로 나눠져 왔을 것이다. 박스를 접어 재활용함에 가져다두면서, 나는 마음속으로 꽤 뿌듯했다. 이건 나름 현실적인 환경 실천 같았다.
5. 세 번째 주 – 택배가 줄자 집이 조용해지고, 머리가 덜 산만해졌다
세 번째 주쯤 되자,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도 찾아왔다. 택배가 거의 토요일에만 오다 보니, 평일 집이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 초인종이 울리면 흐름이 끊기고, 문 여닫고, 박스를 풀고, 포장 쓰레기를 정리하는 동작이 생각보다 집중력을 많이 깨고 있었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평일 저녁에는 박스 개봉 대신 책을 읽거나 정리를 하고, 주말에 몰아서 택배를 풀고 정리하는 식의 리듬이 만들어졌다. “새로 온 것”에 시선이 뺏기지 않으니, 집 안에 이미 있는 것들을 더 잘 보게 되었다. 이건 단순한 소비 습관의 변화뿐 아니라, 내 하루의 템포와 집중력에도 영향을 주는 부분이었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건, 아이의 반응이었다. 예전에는 거의 매일 택배를 받다 보니, 아이도 박스만 보면 기대감이 올라갔다. “오늘은 내 거야?”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그런데 택배가 주 1회로 줄어들자, 아이의 관심도 함께 줄었다. “오늘은 택배 오는 날이지?” 정도로만 인식했다. 이걸 보며, 내가 만든 주문 루틴이 단지 박스 수만 줄인 게 아니라, 가족 전체의 ‘새 물건에 대한 기대 패턴’까지 천천히 바꾸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6. 예외 상황과 실패 지점 – 완벽한 루틴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받아들이기
물론 한 달 내내 완벽하게 지킨 건 아니다. 어느 주에는 갑자기 고장난 물건이 있어서 긴급으로 택배 주문을 하기도 했고, 특정 행사 시즌에는 “오늘 주문해야 할인 혜택이 있다”는 생각에 평일 결제를 한 적도 있다. 그럴 때마다 “아, 이번 주는 망했다”라는 마음이 잠깐 올라왔다.
하지만 곧 생각을 바꿨다.
“지금까지 하던 것보다 줄었으면, 그걸로도 이미 충분히 의미 있는 쓰레기 줄이기다.”
100% 지키지 못했다고 해서, 전체 환경 실천 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었다. 핵심은 전체적인 방향성과 평균적인 포장 쓰레기 양이 줄어드는지였다. 실제로 한 달 동안 총 박스 개수를 세어 보니, 평소보다 30~40% 정도는 줄어 있었다. 나에게 중요한 건 그 숫자였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완벽한 제로웨이스트’보다 ‘실제로 유지 가능한 쓰레기 줄이기’가 더 중요하다는 걸 실감했다. 실수해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주문 루틴이야말로 오래 갈 수 있는 방식이라는 것도 함께 배웠다.
7. 한 달 후, 포장 쓰레기·소비 습관·마음 상태가 어떻게 달라졌나
한 달간 “택배 받는 날 주 1회”를 목표로 살아보고, 나는 세 가지 변화를 크게 느꼈다.
- 포장 쓰레기 양 눈에 띄게 감소
재활용 배출 날에 현관 앞에 쌓인 종이박스 더미가 확 줄었다. 이전에는 배출 날마다 종이박스 끈을 꽉 조여 묶어야 했다면, 이제는 여유롭게 들고 나갈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이건 아주 눈에 보이는 쓰레기 줄이기 성과였다. - 소비 습관이 ‘바로 결제’에서 ‘한 번 더 생각’으로
물건을 발견하자마자 결제하는 대신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일주일에 한 번 정리하는 패턴이 되자 충동구매가 확연히 줄었다. “있으면 좋겠다”와 “없으면 안 된다”를 구분하는 눈이 조금씩 생겼다. 내 소비 습관이 ‘지금’에서 ‘조금 나중’을 포함하게 된 것이다. - 집과 머리가 동시에 덜 산만해짐
매일 울리던 택배 초인종, 계속 늘어나던 박스와 포장 쓰레기가 줄어드니 집이 덜 어수선해졌다. 그만큼 머리도 덜 복잡해졌다. 새로운 택배가 올 때마다 생기던 작은 흥분과 정리의 번거로움 대신, “이번 주에 필요한 것들을 한 번에 받아 정리했다”는 안정감이 생겼다.
8. 택배를 줄인 게 아니라, 내 선택을 모아서 보기 시작했다는 내 의견
한 달 동안 택배 받는 날을 일주일에 한 번으로 묶어보기, 그리고 포장 쓰레기 줄이는 주문 루틴을 만들어본 뒤, 나는 ‘택배’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택배를 “빠르고 편리한 서비스”로만 봤다면, 이제는 “내 선택이 포장재와 물류를 동반해서 오는 과정”으로 본다.
내 개인적인 의견은 이렇다.
택배를 아예 안 쓰는 게 정답일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적어도 ‘어떻게 쓸 것인지’는 고민해야 한다.
주문을 한 번 모아서 하는 것, 택배 받는 날을 줄이는 것, 같은 쇼핑몰에서 묶음배송을 선택하는 것. 이건 거창한 환경 운동이라기보다는, 내가 만든 포장 쓰레기를 조금 더 책임 있게 바라보는 작은 습관에 가깝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택배 조금 묶어서 받는다고 지구가 얼마나 달라지겠어?”
나는 이제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맞아, 지구 전체는 당장 안 달라질 거야.
하지만 내 집 현관 앞 박스 더미는 확실히 줄었고,
내 소비 습관과 쓰레기를 대하는 태도는 완전히 달라졌어.
그 정도 변화라면, 일주일에 한 번 택배 받는 걸로 충분히 해볼 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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