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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갈 때 일회용품 챙기지 않기, 친환경 여행 파우치 꾸리기 | 생활 속 환경 실천법

📑 목차

    여행을 준비하다 보면 사람은 습관처럼 일회용품을 챙긴다. 나도 그랬다. 호텔에 어차피 어메니티가 있는데도, 여행용 일회용 칫솔, 일회용 면도기, 작은 샴푸·린스, 일회용 화장솜, 심지어 일회용 수저까지 여행 파우치에 꽉꽉 채우곤 했다. “혹시 몰라서”라는 말 한마디로, 가볍게 떠나야 할 여행 가방은 언제나 일회용 비닐과 플라스틱으로 묵직해졌다. 그러다 어느 날, 여행을 다녀와 가방을 정리하는데 쓰지도 않은 일회용 키트들이 봉투째 그대로 남아 있는 걸 보고 갑자기 현타가 왔다. ‘내가 여행을 다녀온 건지, 쓰레기를 데리고 왕복한 건지 모르겠다…’

    그때부터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다음 여행에는 일회용품을 아예 안 챙겨 볼까? 대신 오래 쓸 수 있는 것들로 친환경 여행 파우치를 한 번 꾸려볼까?” 그렇게 해서 나의 작은 실험, ‘여행 갈 때 일회용품 챙기지 않기, 친환경 여행 파우치 꾸리기’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이 글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다음과 같다.

    1. 여행 준비할 때 어떤 일회용품을 줄이고 무엇으로 대체할 수 있는지,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2. 가볍고 실용적인 친환경 여행 파우치를 어떻게 구성하면 좋은지, 바로 따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팁을 배울 수 있다.
    3. 일회용의 편리함을 내려놓았을 때 여행 중 어떤 심리적·실질적 변화가 생기는지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4. ‘제로웨이스트 여행’이 과장된 유행이 아니라, 누구나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적용 가능한 지속 가능한 여행 방식이라는 관점을 얻을 수 있다.

    이제부터는 내가 실제로 일회용품 거의 없이 친환경 여행 파우치를 꾸려 떠나본 한 달간의 여러 번의 짧은 여행 기록을 바탕으로, 준비 과정과 시행착오, 그리고 마지막에 느낀 솔직한 생각까지 차근차근 이야기해보려 한다.

     

    1. 당연했던 일회용 어메니티, 불편함보다 찝찝함이 먼저 온 순간

    실험을 시작하기 전에, 나는 먼저 나의 여행 파우치를 꺼내 펼쳐봤다. 지난 여행에서 쓰고 남은 것들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 비닐 포장된 일회용 칫솔 3개
    • 호텔에서 챙겨온 작은 샴푸·린스 병 여러 개
    • 1회용 화장솜과 면봉이 들어 있는 미니 지퍼백
    • 비닐에 포장된 플라스틱 숟가락·포크 세트
    • 마스크보다 많은 개수의 일회용 물티슈와 티슈

    하나하나 꺼내면서 생각이 복잡해졌다. ‘여행 중에 없으면 불편할 것 같아서’ 챙겼던 것들인데, 실제로는 절반도 쓰지 않았다. 그냥 “혹시 모를 상황”을 핑계로, 플라스틱 쓰레기와 비닐을 미리 확보해서 갖고 다니다가 다시 집으로 가져온 셈이었다.

    게다가 호텔에 도착하면 또다시 일회용 어메니티가 나를 반겼다. 칫솔, 빗, 면도기, 샤워 캡이 깔끔하게 포장된 채 세면대 위에 줄지어 서 있는 걸 볼 때마다, 묘한 죄책감과 유혹이 동시에 올라왔다. “여행 왔으니까 그냥 쓰자”라는 마음과 “이거 결국 다 쓰레기인데…”라는 마음이 부딪혔다.

    어느 날은 여행 마지막 날, 방을 정리하다가 쓰지도 않은 호텔 어메니티들을 한 번에 쓰레기통에 버리는 모습을 보고 스스로에게 실망했다. 그때 비로소 결심이 섰다.
    “다음 여행부터는, 일회용을 ‘기본 옵션’에서 빼보자. 조금 불편해져도, 문구 하나라도 내 선택으로 채워진 여행 파우치를 가지고 가보자.”

    2. 친환경 여행 파우치 구상 – ‘없으면 불편할까?’ 대신 ‘없어도 될까?’를 묻기

    결심을 하고 나니, 다음 단계는 여행 파우치 재구성이었다. 이전까지 나는 “여행 갈 때 필요한 것들”을 리스트업 했다면,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접근했다.

    우선, 기존 일회용 리스트를 적었다.

    • 일회용 칫솔 / 일회용 치약
    • 일회용 샴푸·린스 / 미니어처
    • 일회용 면도기
    • 1회용 화장솜·면봉
    • 일회용 수저·빨대
    • 물티슈·휴대용 티슈 여러 팩

    그리고 각각에 대해 이런 질문을 던졌다.

     

    “이건 꼭 일회용이어야 하는가?”

    “집에서 쓰는 걸 작은 버전으로 가져가면 안 되는가?”

    그 질문을 기준으로, 나는 다음과 같이 교체 리스트를 만들었다.

    • 칫솔·치약 → 집에서 쓰는 칫솔 + 고체 치약(또는 소형 튜브)
    • 샴푸·린스 → 고체 샴푸바 + 작은 금속 케이스
    • 일회용 면도기 → 평소 쓰는 면도기 + 캡만 씌워 가져가기
    • 화장솜 → 세안용 거품망 + 작은 수건
    • 일회용 수저·빨대 → 개인 수저 세트 + 텀블러 + 빨대가 꼭 필요하면 스테인리스 빨대
    • 물티슈 → 작은 손수건 2~3장 + 미니 스프레이(물 또는 약한 세정수)

    이 리스트를 작성하면서 깨달았다.
    내가 여행에서 일회용품을 쓴 이유는 “필요해서”라기보다, “준비하기 쉽고, 쓰고 버리기 편해서”였다.
    즉, 편리함을 위해 미래의 쓰레기를 선결제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에는 반대로 해보기로 했다.
    “집에서 쓰는 것들을 최대한 작은 버전으로 줄여서, ‘내 물건’으로 데려가 보자.”

    3. 첫 친환경 여행 파우치 구성 – 생각보다 가볍고, 보기에도 예뻤다

    실제 여행을 앞두고 나는 친환경 여행 파우치를 처음으로 꾸렸다.
    우선, 불투명한 비닐 파우치 대신 안이 보이는 작은 메쉬 파우치를 준비했다. 예전에는 “티 안 나게 많이 넣으려고” 불투명 파우치를 썼다면, 이번에는 “보기만 해도 최소한이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내 파우치 속 구성은 대략 이랬다.

    • 칫솔 1개 + 작은 고체 치약 통
    • 샴푸바 1개 + 작은 통에 덜어 담은 올인원 워시
    • 작은 면 수건 2장(세안용, 손 닦는 용도)
    • 다회용 면도기 1개
    • 작은 여행용 스킨·로션 공병
    • 개인 수저·포크·젓가락이 들어 있는 스테인리스 여행용 세트
    • 접이식 텀블러 1개 또는 가벼운 텀블러 1개

    파우치를 닫아보니, 놀랍게도 이전보다 더 가벼웠다.
    일회용품을 잔뜩 넣어둔 파우치는 항상 ‘혹시 몰라서’라는 말과 함께 부피가 커졌지만, 이번에는 “꼭 쓸 것들만” 담겨 있어 부피도 줄었다. 무엇보다 안에 들어 있는 것들이 전부 “여행이 끝나도 계속 함께 갈 수 있는 물건들”이라는 사실이 마음을 편하게 했다.

    파우치를 보며 문득 웃음이 났다.
    “친환경 여행 파우치라는 게 거창한 게 아니구나. 그냥, 쓰고 버릴 게 아닌 것들로 채워진 파우치일 뿐이네.”

    4. 현장에서 겪은 첫 불편함 – 없어서 불편한 게 아니라, 익숙하지 않아서 불편했다

    솔직히 말하면, 첫 여행에서 친환경 여행 파우치는 약간의 불편함을 동반했다.
    예를 들어, 차 안에서 손에 뭐가 묻었을 때 예전 같으면 바로 물티슈를 꺼냈겠지만, 이번에는 작은 스프레이와 손수건을 꺼내야 했다. 물을 뿌리고 닦는 동작이 한 번 더 필요했고, 손수건을 다시 가방에 넣으면서 “이건 숙소 가서 꼭 빨아야지”라고 기억해둬야 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건 없어서 불편했다기보다는, 새로운 루틴에 익숙하지 않아서 불편한 감각에 가까웠다.
    샴푸바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호텔 샤워부스에서 샴푸바를 꺼내 거품을 내고 헹구는 과정이 어색했다. 미끄러지지 않게 잘 둬야 하고, 케이스를 물 밖에 놓는 습관도 익혀야 했다. 하지만 이틀 정도 쓰고 나니 오히려 편해졌다. 액체 샴푸보다 양 조절이 쉬웠고, 혹시 가방에서 새어 나올까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한 번은 함께 간 친구가 물었다.
    “여행 와서까지 왜 이렇게까지 해? 그냥 있는 거 쓰면 되지 않나?”
    그 질문 앞에서 잠깐 멈칫했다가,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사실 엄청난 의식 있는 사람이라 서라기보다…
    한 번쯤은 ‘편해서 늘 하던 방식’을 잠깐 멈춰보고 싶었어.
    이게 진짜 나한테 맞는지, 그냥 습관이었는지 확인해보고 싶었거든.”

    그 말을 하고 나니, ‘불편함’이 전체 실험을 망치는 요소가 아니라, 이 프로젝트의 본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5. 여행이 끝나고 남은 것들 – 파우치는 그대로, 쓰레기는 확 줄어 있었다

    짧은 2박 3일 여행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 가방을 풀었다. 예전 같으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쓰레기 분리수거였다.

    • 빈 일회용 샴푸·린스 용기
    • 비닐 포장지
    • 사용한 일회용 칫솔과 면도기
    • 뜯고 남은 물티슈 포장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쓰레기통에 들어간 건 물·음식 포장 쓰레기 정도였고, 여행 파우치 안의 물건들은 거의 그대로였다. 칫솔은 제자리에, 샴푸바는 용기 안에, 수저 세트와 텀블러는 그대로 다시 싱크대로 향했다.

    ‘여행이 끝났다’는 느낌보다 ‘또 다음 여행에 쓸 준비가 되어 있다’는 느낌이 더 컸다. 그게 묘하게 든든했다.
    “내가 매번 여행 갈 때마다 새 쓰레기를 예약하는 사람에서, 같은 도구를 다시 들고 나가는 사람으로 바뀌었구나.”

    이 작은 변화가 내 마음을 꽤 많이 바꿔놓았다.
    일회용의 편리함은 여행이 끝나는 순간 함께 사라지지만,
    친환경 여행 파우치에 들어 있는 것들은 다음 여행까지 나와 함께 이어진다.
    그 연속성 덕분에, 여행이 단절된 소비 이벤트가 아니라, 삶의 연장선에 있다는 감각이 더 분명해졌다.

    6. 두 번째, 세 번째 여행 – 점점 더 가벼워지는 준비 과정

    이후로 두 번 더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두 번째 여행부터는 준비 시간이 눈에 띄게 줄었다.
    이제는 “여행 가니까 일회용품 사야지”가 아니라,
    “파우치 안 물건 잘 있나, 내용물 보충만 하면 되지”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 샴푸바가 줄어들면, 집에 있던 바를 조금 잘라 추가
    • 고체 치약이 줄면 몇 개 더 채워 넣기
    • 수건을 세탁해 다시 접어 넣기
    • 텀블러를 한 번 더 삶아 깨끗하게 하기

    준비 과정이 ‘구매’가 아니라 ‘관리’ 중심으로 바뀌었다. 이건 돈과 시간 모두에 있어서 이득이었다.
    무엇보다도, 여행을 떠나기 전에 “이번에도 최대한 쓰레기를 적게 만들고 오자”라는 작은 다짐이 자연스럽게 따라 나왔다. 이건 의무감이라기보다 일종의 게임처럼 느껴졌다.

    세 번째 여행에서 나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숙소 예약 단계에서도 친환경적인 선택을 해봤다.

    • 일회용 어메니티를 비치하지 않거나, 요청 시에만 제공하는 숙소를 선택
    • 세탁·수건 교체를 최소화하는 정책을 안내하는 곳 우선

    모든 여행에서 이 조건을 맞출 수는 없겠지만, ‘가능하면’ 이런 선택을 해보니 여행의 전체 톤이 확실히 달라졌다. 일회용품에 조금 덜 둘러싸인 공간에 머문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했다.

    7. 친환경 여행 파우치 입문자를 위한 현실적인 구성 팁

    내가 여러 번의 친환경 여행 파우치 실험을 하면서 얻은 팁을 간단히 정리해보면, 대략 이런 흐름이다.

    1. ‘없어도 되는 일회용’부터 빼기
      처음부터 모든 일회용을 끊으려 하지 말고, 호텔에서 기본 제공하는 건 굳이 안 들고 가도 되는지부터 체크해본다. 예: 칫솔, 샴푸, 수건 등. “굳이 이걸 또 따로 가져가야 하나?”를 먼저 물어보면, 짐과 쓰레기가 동시에 줄어든다.
    2. 집에서 쓰는 것을 ‘작게’ 가져가기
      여행용 키트를 새로 사기보다, 집에서 쓰는 걸 덜어 담는 방식이 훨씬 친환경적이다. 소형 공병, 작은 틴 케이스, 면 수건은 여행 파우치의 핵심 자원이 된다.
    3. 물티슈 대신 손수건 + 작은 스프레이
      물티슈는 한 번 쓰면 그대로 쓰레기지만, 손수건은 빨아서 여러 번 쓸 수 있다. 손세정제나 물을 넣은 작은 스프레이와 함께 쓰면, 위생적으로도 충분하다.
    4. 개인 수저·텀블러는 ‘무거운 필수템’이 아니라 ‘가벼운 기본템’으로
      처음에는 “이걸 굳이 들고 다녀야 하나?” 싶지만, 여행지에서 일회용 컵·수저를 거절할 수 있게 해주는 든든한 도구다. 몇 번 써보면 안 챙겨가면 허전한 정도가 된다.
    5.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말기
      때로는 일회용품을 피할 수 없는 상황도 있다. 그럴 때 “오늘은 망했다”가 아니라, “그래도 전체적으로 줄였으니 괜찮다”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이 실천을 오래 가져가는 비결이다.

    8. 여행을 ‘조금 덜 버리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에 대한 내 의견

    여행 갈 때마다 일회용품을 잔뜩 챙기던 내가, 이제는 친환경 여행 파우치 하나로 웬만한 준비를 끝내는 사람이 되기까지, 사실 거창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다. 그저 쓰지도 않은 일회용 키트들을 쓰레기통에 던져 넣을 때 느꼈던 그 작은 찜찜함이, 오래 남았을 뿐이다.

    내 개인적인 의견은 이렇다.
    친환경 여행은 완벽한 제로웨이스트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떠나는 동안 조금 덜 버리고, 조금 덜 사는 여행”에 가깝다.

    일회용품을 한 번에 모두 끊지 않아도 괜찮다.
    다만 한 번쯤은 자신의 여행 파우치를 펼쳐놓고 물어보면 좋겠다.
    “이 중에, 굳이 일회용일 필요가 없는 건 무엇일까?”

    나는 이제 여행 준비를 할 때 이렇게 생각한다.

    “떠나는 만큼 남기고 오지 않는 여행을 해보고 싶다.”

    그 말 속에는 쓰레기를 덜 남기겠다는 다짐도 있지만,
    내 여행을 일회용처럼 소비하지 않고,
    조금 더 오래 기억하고, 조금 더 나에게 남게 하고 싶다는 마음도 함께 들어 있다.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른다.
    “여행 갈 때 일회용품 좀 쓰는 게 뭐 그리 대수야?”

    나는 이제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맞아, 거대한 변화는 없을 수도 있어.
    하지만 여행 가방에서 일회용이 하나씩 빠질 때마다,
    나는 내가 만드는 쓰레기와 소비에 대해
    조금 더 책임감을 갖게 되더라.
    그리고 그런 마음으로 떠나는 여행은,
    확실히 예전보다 더 마음에 남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