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키운 허브와 채소로 장보기 거리 줄이기, 베란다 텃밭 입문기 | 생활 속 환경 실천법

사람들은 보통 “텃밭” 하면 시골의 넓은 밭을 떠올린다. 나도 그랬다. 아파트에 사는 내가 베란다 텃밭을 갖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런데 어느 날, 퇴근길에 장을 보면서 깨달았다. 허브 한 줌, 샐러드용 채소 몇 가지를 사겠다고 마트까지 왕복 이동하고, 비닐포장까지 잔뜩 들고 돌아오는 내 모습이 영 비효율적으로 느껴진 것이다. “이 정도는 집에서 키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장보기 거리를 줄이는 친환경 실험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렇게 나는 작은 집에서 허브와 채소를 키우는 베란다 텃밭 입문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 글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다음과 같다.

1. 집에서 소규모로 허브와 채소를 키우며 장보기 거리와 장보는 횟수를 줄이는 현실적인 방법을 알 수 있다.
2. 아파트나 작은 집에서도 시작할 수 있는 베란다 텃밭 세팅과 관리 루틴 등 바로 적용 가능한 환경 실천 아이디어를 배울 수 있다.
3. 텃밭을 가꾸면서 생긴 심리적 안정감, 식습관 변화, 소비 습관 변화 등 간접적인 체험 효과를 함께 느껴볼 수 있다.
4. 단순 취미를 넘어, 도시 속에서 도시농업·제로웨이스트에 가까워지는 지속 가능한 생활 방식에 대해 현실적인 감각을 얻을 수 있다.

이제부터는 내가 진짜로 화분 몇 개 들고 시작한 베란다 텃밭 입문기를 바탕으로, 집에서 키운 허브와 채소 덕분에 어떻게 장보기 거리가 줄어들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의 환경 실천과 마음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하나씩 솔직하게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1. 마트에서 느낀 이상한 허탈감, 베란다 텃밭을 결심하게 된 순간

어느 날 퇴근길, 샐러드가 먹고 싶어서 마트에 들렀다. 로메인과 어린잎 채소, 바질 한 팩, 파슬리 한 팩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계산대에 서서 영수증을 보는데, 생각보다 금액이 꽤 나왔다. “잎 몇 장이 이렇게 비싸?”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포장으로 쓰인 플라스틱 트레이와 비닐까지 합세하니, 단지 한 끼를 위해 너무 많은 자원이 움직였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게 내가 원하던 친환경 소비는 아니라는 걸 직감했다.

집에 돌아와 샐러드를 먹으면서 문득 떠올랐다. “이 정도 허브랑 샐러드 채소는 베란다에서도 키울 수 있다던데…” 그동안 SNS에서 보던 베란다 텃밭 사진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물론 나는 농사 초보, 아니 식물엔 거의 재능이 없다고 믿고 살았다. 그래도 한 번은 해봐야 후회가 없을 것 같았다. 어차피 잎채소 몇 번만 제대로 수확해도 지금 같은 장보기 거리를 줄이는 데 꽤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런 계산도 살짝 해봤다.

그날 밤, 나는 작은 공책을 꺼내 적었다. “베란다에서 키울 수 있는 허브·채소 리스트 / 최소 예산 / 필요한 화분.” 그 순간부터 이미 나의 도시농업 입문은 시작된 셈이었다.

2. 베란다 텃밭 세팅 – 허브와 채소가 살 수 있는 작은 환경 만들기

본격적으로 베란다 텃밭을 꾸미기 전에, 가장 먼저 한 일은 우리 집 베란다의 일조량을 체크하는 것이었다. 아침에 어떤 방향으로 빛이 들어오는지, 오후에는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 저녁에는 완전히 그늘이 되는지 며칠 동안 관찰했다. 이 과정은 단순히 식물 배치뿐 아니라 환경 실천 관점에서도 중요했다. 자연광을 최대한 활용해야 인위적인 조명을 덜 쓰게 되고, 그만큼 에너지 사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초보자에게 비교적 쉬운 허브 위주로 목록을 정했다. 바질, 로즈마리, 페퍼민트, 파슬리 같은 허브들과, 케일·루콜라·상추 같은 잎채소를 골랐다. 흙과 배수층 자갈, 유기질 비료를 준비하고, 통풍이 잘 되는 친환경 재질의 플라스틱·토분 화분을 섞어 사용했다.

베란다 한쪽에는 선반을 두어 작은 도시농업 구역을 만들었다. 위층에는 햇빛을 좋아하는 바질과 로즈마리, 아래층에는 반그늘에도 잘 버티는 상추와 어린잎 채소를 두었다. 화분을 하나씩 채워가며 느꼈다. “아, 이건 그냥 ‘식물 데코’가 아니라, 진짜로 내 장보기 거리를 줄일 수 있는 작은 생산 기지네.” 그 사실이 갑자기 나를 설레게 했다.

3. 첫 한 달, 허브와 채소는 잘 크는데 사람은 초조했다

베란다 텃밭을 시작하고 첫 주, 싹이 올라오는 속도에 감탄했다. 작은 씨앗에서 초록색 새싹이 돋아나자, 출근 전 베란다를 보는 게 하루 일정이 되었다. 허브의 향이 아주 약하게 나기 시작하면서, ‘아, 이게 진짜 살아 있는 식량이구나’라는 실감이 났다.

문제는 내가 너무 조급했다는 것이다. 마트에서 사온 포장 채소처럼 바로 먹을 수 있을 줄 알았던 기대와 달리, 베란다의 잎들은 차분하게, 아주 천천히 자랐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잎을 만져보고, “언제쯤 샐러드 한 그릇 분량이 나올까?”를 계산하며 기다렸다. 이 과정에서 스스로의 소비 습관이 얼마나 ‘즉시성’에 길들여져 있었는지를 깨달았다.

그래도 꾸준히 물을 주고, 통풍을 관리하고, 잎을 쓰다듬으며 말을 걸다 보니 어느 순간 허브 잎이 제법 풍성해졌다. 첫 수확 날, 바질 몇 잎과 루콜라 몇 줄기, 파슬리 한 줌을 잘라 파스타 위에 올려 먹었다. 솔직히 양은 마트 제품보다 턱없이 적었다. 하지만 그 한 입이 주는 만족감은 압도적이었다. “이건 내가 키운 거야.” 단순한 샐러드와 파스타가 아니라, 나의 작은 환경 실천 결과물처럼 느껴졌다.

4. 장보기 패턴 변화 – 마트에 가는 횟수가 줄어들다

허브와 채소가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자라기 시작하자, 가장 먼저 달라진 건 장보기 거리와 장보는 횟수였다. 예전에는 샐러드나 요리를 할 때마다 바질, 상추, 파슬리 같은 잎채소를 따로 사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메인 식재료만 사면 되었다.

예를 들어 파스타를 만들 때, 전에는 면·소스·야채·허브를 모두 장바구니에 담았다. 이제는 면과 소스, 필요한 야채만 사오면 되었다. 나머지 향과 데코는 베란다 텃밭에서 해결했다. 샐러드 역시 상추·루콜라·허브 일부를 베란다에서 따오니, 마트에서 대용량 샐러드 팩을 살 필요가 줄어들었다.

자연스럽게 한 주에 두세 번 하던 장보기가 한 번, 많아야 두 번으로 줄었다. 그만큼 이동에 쓰이는 시간, 교통비, 그리고 장볼 때마다 따라붙는 충동구매까지 줄어들었다. “이건 단순히 장보기 거리를 줄인 게 아니라, 나의 소비 루틴 전체를 가볍게 만든 변화구나.” 그때부터 도시농업과 생활비 절약, 환경 실천이 한 줄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5. 베란다 텃밭이 만든 식습관과 제로웨이스트의 연결고리

베란다 텃밭을 운영하다 보니, 식단도 조금씩 바뀌었다. “오늘은 허브가 풍성하네 → 허브를 활용할 수 있는 요리를 해볼까?”라는 식으로 메뉴가 정해지는 날이 많아졌다. 자연스럽게 가공식품보다는 신선한 재료 중심으로 요리가 구성되었고, 식탁 위에는 초록색 채소 비중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흥미로운 건 제로웨이스트와의 연결이었다. 잎채소를 포장 없이 베란다에서 바로 수확해 먹으니, 포장재 쓰레기가 줄어들었다. 허브를 소량만 사용할 수 있어서, 마트에서 산 허브처럼 “조금 쓰고 나머지를 못 쓰고 버리는” 일이 줄어들었다. 그 자체가 일종의 환경 실천이었다.

또 하나, 요리하면서 남은 줄기나 겉잎은 따로 모아 작은 퇴비통에 넣어 두었다. 아직 본격적인 퇴비화까지는 아니어도, “언젠가 이걸 흙으로 돌려보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베란다 텃밭은 단순히 먹을 것을 생산하는 공간이 아니라, ‘버리는 것’을 줄이는 친환경 생활의 허브 같은 공간이 되었다.

6. 식물과 함께 생긴 마음의 변화 – 도시농업이 주는 안정감

처음에 나는 베란다 텃밭을 순전히 실용적인 이유, 즉 장보기 거리를 줄이고, 조금 더 친환경적으로 살기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허브와 채소들을 돌보는 시간이 쌓이자, 실용성을 넘어선 정서적인 변화가 찾아왔다.

아침에 눈을 뜨고 가장 먼저 베란다를 열어보는 습관이 생겼다. 새 잎이 돋아났는지, 어제보다 키가 얼마나 자랐는지 살펴보는 몇 분이 묘하게 마음을 다독여줬다.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던 날에도, 집에 와서 화분의 흙을 만져보면 “아, 그래도 얘네는 꾸준히 자라고 있구나” 하는 이상한 안도감이 들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느꼈다. 도시농업은 단지 친환경 트렌드가 아니라,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자기 속도를 되찾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걸. 작은 화분 몇 개일 뿐인데, 그 안에 담긴 성장과 변화의 속도가 나에게 “조금 느려져도 괜찮다”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이건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환경 실천의 보너스 같은 선물이었다.

7. 초보 베란다 텃밭러가 깨달은 현실적인 팁

내가 베란다 텃밭 입문기를 겪으면서 실제로 도움 받았던 현실적인 팁들을 정리해보면 이렇다. 모두 허브와 채소로 장보기 거리와 쓰레기를 줄이고 싶은 사람이라면 참고해 볼 만한 내용이다.

1. 처음부터 욕심내지 말고, 3~4종류 허브·채소로 시작하기
   바질, 상추, 루콜라, 파슬리 정도의 작은 조합만으로도 충분히 샐러드와 요리에 변화를 줄 수 있다. 이 정도면 초보도 관리하기 쉬운 편이고, 환경 실천 성취감도 빠르게 느낄 수 있다.
2. 일조량에 맞는 식물 선택하기
   우리 집 베란다가 하루에 몇 시간이나 햇빛을 받는지 확인한 뒤, 그 조건에 맞는 베란다 텃밭 구성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햇빛이 부족하면 상추·케일 같은 그늘에도 잘 버티는 채소 위주로 시작하는 게 좋다.
3. 물을 ‘매일 많이’보다 ‘규칙적으로 조금씩’
   초보일수록 과습의 실수를 많이 한다. 손가락으로 흙을 살짝 눌러보고, 겉흙이 마른 뒤에 충분히 주는 식으로 물 관리 루틴을 정하면, 허브와 채소가 훨씬 건강하게 자란다.
4. 쓰고 남는 잎까지 설계된 요리 만들기
   베란다에서 수확한 양이 애매하게 적을 때는, 샐러드 반찬 하나, 파스타 토핑 하나, 스프 위 데코까지 연결해서 한 번에 쓰는 것이 제로웨이스트에 도움이 된다.
5. 실패를 ‘환경 실천 실패’가 아니라 ‘데이터 축적’으로 보기
   어떤 채소는 잘 안 크고, 어떤 허브는 금방 시들 수도 있다. 이걸 죄책감 대신 “우리 집 베란다와 나에게 안 맞는 품종 리스트”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훨씬 편해진다. 이것도 결국 실제적인 도시농업 경험치이기 때문이다.

8. 집에서 키운 허브와 채소가 알려준, 진짜 친환경의 얼굴에 대한 내 의견

집에서 허브와 채소를 키우며 베란다 텃밭을 가꾸고 나서, 나는 ‘친환경’이라는 단어를 조금 다르게 보게 되었다. 예전의 나는 환경 실천을 거창한 캠페인, 무언가를 크게 포기해야 하는 고생처럼 느꼈다. 하지만 실제로 살아보니, 친환경의 얼굴은 의외로 소박했다. 그건 그저 장보기 거리를 조금 줄이고, 포장재를 조금 덜 쓰고, 내가 먹을 것의 일부를 직접 길러보는 정도였다.

내 개인적인 의견은 이렇다.
베란다 텃밭은 “환경을 위해 희생하는 생활”이 아니라, “나를 위해 더 풍요롭게 사는 생활”에 가깝다. 집 앞 마트에 가지 않아도 베란다에서 바로 뜯어 쓸 수 있는 허브 한 줄기, 샐러드용 채소 몇 잎이 주는 만족감은 생각 이상이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도시농업 감각이 생기고, 쓰레기는 줄고, 소비는 줄고, 마음은 넉넉해진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화분 몇 개 키운다고 환경이 얼마나 달라지겠어?”

나는 이제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맞아, 지구 전체는 안 달라질 수도 있지.
그런데 내 집, 내 장보기 거리, 내 쓰레기통, 내 마음은 확실히 달라졌어.
그리고 그 정도 변화라면, 한 번쯤 시도해볼 만하지 않을까? 작은 베란다 텃밭이 가져오는 변화 치고는 꽤 괜찮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