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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에서 배출되는 음식물 쓰레기 절반 줄이기 실험기 | 생활 속 환경 실천법

📑 목차

    사람은 매일 밥을 먹는다. 그런데 밥을 먹는 만큼 쓰레기도 배출한다. 나는 그 사실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솔직히 말하면 ‘우리 집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겠지’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가정에서 배출되는 음식물 쓰레기 절반 줄이기 실험기 그러다 어느 날,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버리려고 들었다가 깜짝 놀랐다. 봉투가 너무 무거웠다. 한 주 동안 버린 음식물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이 갑자기 현실로 다가왔다.

     

    그 안에는 먹다 남은 반찬, 시들어버린 채소, 유통기한이 지난 요거트, 반 정도 남기고 굳어버린 밥까지 뒤섞여 있었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했다. “이건 그냥 쓰레기가 아니라, 내가 계획 없이 소비한 결과물이구나.” 그래서 결심했다. “한 달 동안 우리 집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를 절반으로 줄여보자.” 

     

    이 글은 그 한 달간의 실험 기록이다. 실패와 성공,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은 작은 깨달음까지 담았다.

     

    가정에서 배출되는 음식물 쓰레기 절반 줄이기 실험기

    1. 현실 직면하기 – 우리 집 음식물 쓰레기 양과 정면으로 마주하다

    실험을 시작하기 전에 나는 먼저 ‘우리 집의 현실’을 정확히 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막연히 줄여야겠다는 마음만으로는 행동이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일주일 동안 음식물 쓰레기 양을 재보기로 했다.

    방법은 간단했다.

    • 음식물 쓰레기 전용 봉투를 한 주 동안 하나만 사용하기
    • 버리기 전, 주방용 저울로 봉투 무게 재기
    • 어떤 종류의 음식이 많이 버려지는지 메모장에 간단히 기록하기

    결과는 예상보다 충격적이었다.
    일주일 동안 우리 집(성인 2명 + 어린이 1명)에서 나온 음식물 쓰레기는 약 4.3kg이었다.
    기록을 세세하게 들여다보니 패턴이 보였다.

    • 반찬을 너무 많이 차려서 남기는 경우
    • 냉장고 안에서 잊힌 채소와 과일
    • 아이가 남긴 밥과 국
    • 외식·배달 후 애매하게 남은 음식

    나는 그 메모장을 보면서 스스로에게 조금 부끄러웠다.
    우리는 분명히 “환경이 중요하다”, “요즘 물가가 올라서 힘들다”라고 말하면서, 정작 집 안에서는 음식을 생각보다 많이 버리고 있었다. 그래서 실험의 목표를 이렇게 정했다.

     

    “한 달 뒤, 일주일 음식물 쓰레기 양을 2kg 이하로 줄인다.”

    이 숫자가 내 챌린지의 기준이 되었다.

    2. 첫 번째 전략 – 장보기 습관부터 바꾸기

    음식물 쓰레기는 대부분 ‘먹지 않은 음식’에서 나온다.
    이미 차려진 밥상에서 남는 음식도 문제지만, 더 큰 원인은 애초에 너무 많이 사 오는 데에 있었다.
    그래서 나는 실험 첫 주부터 장보기 방식을 완전히 바꾸기로 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냉장고 인벤토리 작성”이었다.
    냉장고 문을 열고, 안에 있는 재료를 전부 적었다.
    양파 5개, 당근 3개, 애호박 2개, 닭가슴살 3팩, 두부 2모, 유통기한 임박 치즈 1팩…
    적고 나니 깨달음이 왔다. “나는 없는 게 아니라, 너무 많아서 문제였구나.”

    그다음부터 장보기를 할 때는 이 원칙을 지켰다.

    1. 장 보러 가기 전에 냉장고·찬장 사진을 찍어 확인하기
    2. 살 물건을 미리 메모장에 써두고, 그 목록에서 벗어나지 않기
    3. “1+1 행사”에 휘둘리지 않기 (정말 다 먹을 수 있는지만 생각하기)

    특히 큰 마트 대신 동네 마트나 시장을 이용하니, 필요한 재료를 조금씩 사기 쉬웠다.
    예전에는 포장 단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많이 사야 했는데, 이 방식을 바꾸자 사용량에 맞게 소량 구매가 가능해졌다.

    첫 주가 끝났을 때 나는 벌써 차이를 느꼈다.


    냉장고 안에서 시들어 사라지던 채소의 양이 줄어들었고, 유통기한이 지나 버리는 제품도 거의 없었다.
    이때 나는 깨달았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건 ‘버리는 단계’가 아니라 ‘사는 단계’에서 이미 절반이 결정된다는 것을.

    3. 두 번째 전략 – 냉장고를 ‘창고’가 아닌 ‘진열대’로

    두 번째로 손댄 곳은 냉장고였다.
    나는 그동안 냉장고를 일종의 ‘보관 창고’처럼 써왔다.
    물건을 계속 밀어 넣다 보니 뒤에 뭐가 있는지 몰랐고, 그 결과 발견했을 때는 이미 상해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나는 냉장고의 역할을 ‘창고’에서 ‘진열대’로 바꾸기로 했다.
    정리 원칙은 아주 간단했다.

    • 유통기한이 가까운 재료는 가장 앞줄
    • 자주 쓰는 것, 빨리 먹어야 하는 것은 눈높이 위치
    • 밀폐용기에 보관한 음식에는 꼭 날짜와 내용 적어두기
    • 일주일에 한 번, “냉장고 털기 요리 데이” 지정하기

    특히 효과가 컸던 건 ‘냉장고 털기 요리 데이’였다.
    일주일에 한 번, 주로 주말 점심쯤에 냉장고를 열어 남은 재료들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날을 만든 것이다.
    남은 밥과 채소들을 모아 볶음밥을 만들고, 시들기 시작한 채소는 스프나 찌개로, 애매하게 남은 고기는 카레나 덮밥으로 변신했다.

    이 날만 되면 냉장고가 눈에 띄게 가벼워졌다.


    그전에는 “오늘 뭐 먹지?”였다면, 이제는 “오늘은 뭘 비울까?”가 되었고,
    이 생각의 전환이 음식물 쓰레기를 확 줄여주는 핵심 포인트가 되었다.

    4. 세 번째 전략 – 남은 음식과 아이 반찬 처리법 바꾸기

    우리 집 음식물 쓰레기의 큰 비중을 차지하던 건 식탁에서 남는 음식 아이 반찬이었다.
    아이 밥은 항상 여유 있게 퍼주다 보니 남는 경우가 많았고, 반찬도 종류를 여러 개 올리다 보니 결국 먹다 남아 버리는 일이 반복되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는 두 가지를 시도했다.

    1. 양을 줄이고 부족하면 더 올리는 방식으로
      처음부터 넉넉하게 담지 않고, 아주 조금씩 담아주었다.
      특히 아이 밥은 평소의 70% 정도만 퍼주고, 다 먹으면 조금 더 주는 방식으로 바꿨다.
      이 단순한 변화만으로도 남는 양이 확 줄었다.
    2. 남은 반찬의 ‘두 번째 인생’ 주기
      남은 반찬을 그대로 냉장고에 넣어두면, 이상하게도 다시 손이 잘 가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남은 반찬을 다음 날 다른 요리에 섞어 쓰는 방법을 찾았다.
    • 남은 나물을 모아 비빔밥으로
    • 남은 고기·야채를 섞어 김치볶음밥으로
    • 남은 구운 채소를 토마토소스 파스타에 넣어 리메이크
    • 남은 국과 찌개는 한 번 끓여 국물 졸여서 밥반찬으로 활용

    이렇게 “어제의 남은 음식”이 아니라 “오늘 새로 만든 요리”로 재탄생시키니, 식탁에서의 저항감도 줄어들었다.
    식구들은 “이거 어제 그 반찬 맞아?”라고 물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먹었다.

    5. 네 번째 전략 – 음식물 쓰레기의 ‘끝까지’ 책임지기

    아무리 노력해도 음식물 쓰레기를 0으로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채소 꼭지, 과일 껍질, 뼈나 껍데기 같은 부분은 어쩔 수 없이 버려야 했다.
    그래서 나는 ‘버리는 방식’이라도 바꾸기로 했다.

     

    첫째, 음식물 쓰레기에서 물기를 최대한 제거했다.
    음식물 쓰레기 무게의 상당 부분은 수분이다.
    그래서 커피 드리퍼에 국물 있는 음식 찌꺼기를 잠시 얹어두거나, 체에 받쳐 물기를 뺀 뒤 버렸다.
    이렇게 했더니 음식물 쓰레기 봉투의 무게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둘째, 가능하면 일부는 퇴비화했다.
    양파 껍질, 채소 줄기, 과일 껍질 중 농약 걱정이 적은 것들은 따로 모아 작은 퇴비통에 넣고,
    발효가 어느 정도 진행되면 화분 흙에 조금씩 섞었다.


    완벽한 텃밭은 아니었지만, 그 과정 자체가 ‘내가 먹은 음식의 마지막까지 책임지는 느낌’을 주었다.

    이 두 가지를 병행하니, 쓰레기 봉투는 가벼워지고,
    버리는 행위에 대한 죄책감도 조금 덜해졌다.

     

    6. 한 달 실험의 결과 – 숫자로 본 변화

    한 달이 지나고 나는 다시 일주일간 음식물 쓰레기 무게를 재보았다.
    실험 전에는 주당 4.3kg이었는데, 한 달 후 같은 조건으로 재보니 2.1kg이 나왔다.
    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물론 이 숫자는 집집마다 다르게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내게 중요한 것은 숫자 자체보다, 생활 습관이 달라졌다는 점이었다.

    • 장보기 전 냉장고를 확인하는 행동이 자동으로 자리 잡았고,
    • 냉장고에서 음식이 ‘죽어가는’ 일이 줄었고,
    • 남은 반찬을 처리하는 능력이 눈에 띄게 늘었으며,
    •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들 때 느끼던 묵직한 죄책감이 가벼워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두드러진 변화는 식탁에 대한 감사함이었다.
    음식을 버리는 일이 줄어드니, 한 그릇의 밥과 반찬에 대한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이걸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손길과 자원이 들어갔을까?”
    이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7. 실험을 마치며 –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건 결국 ‘나’를 바꾸는 일

    한 달간의 실험을 통해 나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일이 생각보다 거창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대단한 기술이나 장비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 조금 덜 사는 습관,
    • 냉장고를 자주 들여다보는 태도,
    • 남은 음식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마음,
      이 세 가지만으로도 충분히 변화가 시작될 수 있었다.

    나는 이제 음식물 쓰레기를 볼 때마다 단순한 ‘찌꺼기’가 아니라,
    내가 선택하고 소비한 것의 결과물로 바라보게 되었다.
    그래서 버리기 전에 한 번 더 고민한다.


    “이걸 정말 버려야 할까? 다른 방식으로 쓸 수는 없을까?”

    앞으로도 우리 집에서 음식물 쓰레기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실험을 통해 나는 안다.


    조금만 신경 쓰면,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적게 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누군가 나에게 “환경을 위해 집에서 제일 먼저 뭘 바꾸면 좋을까?”라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일단 냉장고 문을 열어보세요.


    그리고 한 달 동안, 그 안에 있는 음식들이 ‘쓰레기 봉투가 아닌 식탁’으로 가도록 도와주세요.
    환경을 지키는 일은 거창한 일이 아니라, 바로 오늘 저녁 메뉴에서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