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
사람은 매일 어디론가 이동하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끝낸다. 나도 그랬다. 출근길에는 습관처럼 자동차 키를 들고 나갔고, 퇴근길에는 무의식적으로 운전석에 앉아 집까지 밀어 넣듯이 돌아왔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출퇴근길이 ‘이동’이 아니라 그냥 ‘삭제된 시간’처럼 느껴졌다. 차 안에서는 늘 막히는 도로, 반복되는 라디오, 신호등 앞에서 기다리는 답답함만 남았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 근처 주차장에서 차에서 내리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이 거리를 굳이 자동차로 다녀야 하나? 이게 정말 최선일까?”
그 질문이 시작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출퇴근길 걷기·대중교통으로 자동차 사용 줄이기 프로젝트”를 한 번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이 글은 그 프로젝트를 몇 주 동안 실제로 실천해본 경험과, 그 과정에서 느낀 변화, 그리고 마지막에 개인적으로 내리게 된 의견에 대한 솔직한 기록이다.

1. 항상 차를 타던 나, 현실부터 직면하기
나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내 출퇴근 패턴을 정확히 보는 일부터 했다.
집에서 회사까지 거리는 편도 약 7km 정도였다. 차로 가면 막히지 않을 때 20분, 막히면 40분도 걸렸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지하철 한 번과 버스 한 번, 또는 버스만 2번 갈아타는 코스가 있었다. 소요 시간은 대략 40~50분.
겉으로만 보면 차가 더 빠른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출근 시간에는 도로 정체 때문에 체감 시간 차이가 크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차가 더 편하니까”라는 이유 하나로 늘 운전을 선택했다.
나는 일주일치 주행 기록을 간단히 체크해봤다.
- 출근: 5일 중 5일 전부 자가용
- 퇴근: 야근이 있거나 피곤한 날은 말할 것도 없이 전부 자가용
- 회사 근처 점심 식사도 차 끌고 5분 거리 이동
이 기록을 눈으로 보니, 나는 내 입으로 “환경이 걱정된다”라고 말하면서도 생활은 자동차에 거의 100% 의존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인정하니 약간 부끄러웠다. 그래서 목표를 이렇게 잡았다.
“한 달 동안, 출퇴근 중 최소 3일은 대중교통 + 걷기로 이동하기.
최소 1일은 ‘편도만이라도 차를 두고 걷기’ 실천하기.”
처음부터 자동차를 완전히 끊기에는 자신이 없었다. 대신 “줄이는 것부터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2. 첫 주 – ‘차 안의 나’에서 ‘길 위의 나’로 옮겨오기
첫 주 월요일, 나는 일부러 자동차 키 대신 교통카드를 챙겨 집을 나섰다.
지하철역까지는 걸어서 약 15분 거리였다. 평소 같으면 절대 걷지 않았을 거리였다. 하지만 그날은 마음을 다잡고 걸음을 옮겼다.
처음 5분은 솔직히 불편했다.
“그냥 차 끌고 나올걸…”이라는 후회가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10분쯤 걸었을 때, 예상치 못한 감각이 올라왔다. “아, 나 요즘 이렇게 오래 걸어본 적이 있었나?”
길가의 가로수도, 출근길 사람들의 표정도, 아침 공기의 냄새도, 모두 오랜만에 느끼는 것 같았다. 차 안에서는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세상을 구경만 했는데, 이제는 온몸으로 그 속을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지하철에 올라타서는 핸드폰을 꺼내려다 말고 일부러 그냥 서 있었다.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 기류, 누군가의 가방이 스치는 감각,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이 조금씩 눈에 들어왔다.
그날 퇴근길에 나는 다시 자동차를 끌고 나왔다. “첫날부터 너무 무리하지 말자”라는 생각이었다. 대신 마음속으로 이렇게 메모했다.
“걷는 출근길,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오히려 머리가 천천히 깨는 느낌이다.”
3. 둘째 주 – 출근은 걷기 + 지하철, 퇴근은 버스 + 조금 더 걷기
둘째 주부터는 패턴을 조금 더 구체화했다.
- 출근: 집 → 도보 15분 → 지하철 → 회사 근처 도보 5분
- 퇴근: 회사 앞 버스 → 집 근처 하차 → 도보 10~20분 (날씨·컨디션 따라 조절)
이렇게 하니, 하루에 최소 30분 이상은 의도된 걷기 시간이 생겼다.
이전에는 별도로 운동을 하지 않으면 움직임이 거의 없었는데, 출퇴근만으로도 어느 정도 활동량이 확보되기 시작했다.
특히 퇴근길 버스 + 걷기는 생각보다 좋았다.
차를 몰고 퇴근할 때는 회사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순간부터 집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긴장 상태를 유지해야 했다. 신호, 차선 변경, 보행자, 자잘한 접촉 사고에 대한 불안까지. 집에 도착하면 몸은 집에 왔는데 마음은 아직 도로에 남아 있는 기분이었다.
반면 버스를 타고 오다가 2~3정거장 전에 내려 걸어오는 루틴을 만들자, 퇴근과 동시에 마음도 같이 서서히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회사에서 쌓인 생각을 정리하고, 내일 할 일을 가볍게 머릿속으로 정리할 수 있는 ‘완충 시간’이 생긴 것이다.
물론 불편함도 있었다.
비가 오는 날에는 우산을 들고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려야 했고, 지하철 안에서 사람들 사이에 낀 채 서 있어야 하는 날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편하게 차 몰고 오지 그랬냐”라는 속삭임이 올라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며칠 지나자 그 불편함조차 일상처럼 익숙해졌다.
대신 얻어지는 것들이 분명 있었기 때문이다.
4. 자동차 사용 줄이기를 위해 실제로 바꾼 것들
단순히 마음만 먹는다고 자동차 사용이 줄어들지는 않았다.
나는 출퇴근 프로젝트를 유지하기 위해 생활 속에서 몇 가지를 실제로 바꿨다.
1) 출근 시간 10~15분 앞당기기
대중교통 + 걷기는 자동차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그래서 나는 아예 기상 시간을 10~15분 당겼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며칠 지나자 오히려 여유 있게 준비할 수 있는 패턴이 생겼다.
2) 신발부터 바꾸기
걷는 출퇴근을 하려면 제일 먼저 발이 버텨야 했다.
나는 딱딱한 구두 대신 적당히 단정하면서도 쿠션 있는 운동화를 출퇴근용으로 마련했다. 그리고 회사에 구두를 두고 필요할 때만 갈아 신었다. 이 작은 변화 하나가 걷기 부담을 크게 줄여주었다.
3) 가방 가볍게 만들기
걸을 때 가장 힘든 건 무거운 가방이었다.
나는 가방 안에 있던 ‘언제 쓸지 모르는 물건들’을 과감히 덜어냈다. 노트북이 꼭 필요 없는 날에는 두고 다니기도 했다. 가방 무게가 줄자, 발걸음이 진짜로 가벼워졌다.
4) “오늘은 무조건 차 안 타는 날” 미리 정하기
한 주에 최소 하루는 아예 자동차 키를 들고 나오지 않는 ‘노카데이(No Car Day)’를 정했다.
그날은 어떤 핑계가 생겨도 차를 쓰지 않는 날이라고 스스로와 약속했다. 놀랍게도 이 원칙이 한 번 자리 잡자, 웬만한 상황은 다 대중교통과 걷기로 해결할 수 있었다.
5. 달라진 것들 – 건강, 지출, 그리고 마음의 상태
몇 주 동안 출퇴근길 걷기·대중교통 프로젝트를 하면서 가장 먼저 체감한 건 몸의 변화였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조금 더 쓰게 되었고, 숨이 차는 느낌이 줄었다. 가볍게 뛰어야 할 일이 생겼을 때 예전처럼 쉽게 헉헉대지 않았다.
1) 건강 측면
- 하루 평균 걸음 수가 확실히 늘어났다.
- 다리가 뻐근하던 느낌이 덜했고, 저녁에 잠이 더 잘 왔다.
- 스트레스가 쌓인 날에도, 버스에서 내려 집까지 걸으면서 조금씩 정리가 되었다.
2) 지출 측면
자동차를 덜 굴리니 주유비가 눈에 띄게 줄었다.
월말에 카드 내역을 보며 “이번 달 기름값이 왜 이렇게 적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대중교통 요금이 추가로 나가긴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지출이 줄어드는 방향이었다.
3) 마음의 상태
이 부분이 가장 놀라웠다.
운전할 때 나는 늘 약간의 짜증과 긴장을 기본값으로 깔고 있었다. 누가 깜빡이 없이 끼어들면 화가 났고, 신호 한 번 더 걸리면 짜증이 났다.
반면 걷기와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때는, 화날 대상이 크게 줄어들었다.
길을 걸으며 하늘을 보고, 사람들을 보게 되면서 시야가 더 넓어진 느낌이었다.
“이동”이 더 이상 소모적인 시간이 아니라, 내 삶의 일부로 돌아온 것이다.
6. 물론, 쉽지만은 않았다 – 현실적인 어려움들
이 프로젝트에는 좋은 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솔직히 말해서, 어떤 날은 자동차 키부터 찾고 싶은 날도 많았다.
- 비가 세차게 오는 날, 버스 정류장에서 옷이 젖어가는 순간
- 겨울 새벽에 칼바람을 맞으며 지하철역까지 걸어갈 때
- 퇴근이 너무 늦어져 밤 11시 넘어서 집에 가야 할 때
이럴 때마다 “오늘은 그냥 차 끌고 갈걸 그랬다”라는 생각이 스치곤 했다.
나는 그런 날에는 스스로에게 너무 엄격해지지 않으려고 했다.
“그래, 오늘은 차를 타더라도, 내일 다시 걸으면 되지.”
이런 식으로 완벽주의 대신 지속 가능성을 선택했다.
그 덕분에 프로젝트가 부담스러운 의무가 아니라, 유연한 생활 방식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7. 몇 주 후, 자동차 사용량과 나에 대한 감각이 어떻게 달라졌나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한 달쯤 지나고 나는 주간 패턴을 다시 점검해봤다.
- 출퇴근을 완전히 자동차로 한 날: 1~2일
- 출근은 걸어서 + 대중교통, 퇴근은 자동차: 1~2일
- 출근·퇴근 모두 걷기 + 대중교통: 2~3일
이전처럼 “매일 무조건 차”이던 시절과 비교하면 꽤 큰 변화였다.
무엇보다 자동차를 타야 할 때와 안 타도 되는 날의 구분 기준이 생긴 것이 컸다.
예전에는 그냥 습관적으로 운전대를 잡았다면,
지금은 이렇게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지금 이 거리를, 이 컨디션으로, 이 날씨에… 꼭 차로 가야 할까?”
이 질문 하나가 내 생활을 꽤 많이 바꿔놓았다.
자동차는 여전히 편리한 도구이지만,
이제는 “항상 기본값”이 아니라 “선택지 중 하나”가 되었다.
8. 프로젝트를 마치고, 내 개인적인 의견
출퇴근길 걷기·대중교통 프로젝트를 한 뒤, 나는 한 가지를 분명하게 느꼈다.
자동차를 줄이는 일은, 단지 CO₂를 줄이는 환경 실천이 아니라,
내 삶의 속도를 조절하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운전대를 잡고 있을 때 나는 늘 조금 급했다.
신호를 한 번이라도 더 통과해야 할 것 같고,
앞차가 천천히 가면 조급해졌다.
반대로 걸어 다니고,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면서 나는
조금씩 세상과 보조를 맞추는 법을 다시 배우고 있다.
어쩌면 이 세상은 원래 이 정도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데,
내가 혼자 차 안에서 더 빨리, 더 세게 달리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흔히 “환경을 위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라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내가 느낀 건 조금 달랐다.
대중교통과 걷기를 늘리는 건, 환경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도 충분히 할 만한 일이라는 것이다.
물론 모든 이동을 걷기와 대중교통으로 대체할 수는 없다.
아이를 데리고 이동해야 하는 날, 짐이 많을 때, 밤늦게 귀가할 때 자동차는 여전히 고마운 존재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자동차를 완전히 버리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자동차에게서 내 삶을 조금 되찾자는 이야기다.”
출퇴근길을 조금 걷고, 조금 더 대중교통을 타는 것만으로도
몸은 가볍고, 마음은 느긋해지고, 지갑은 조금 덜 비워진다.
나는 앞으로도 이 프로젝트를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고,
“이번 주에 나는 며칠이나 차 대신 걸었을까?”를 가끔 스스로에게 물으며 지내려고 한다.
누군가가 나에게 묻는다.
“그렇게 해서 세상이 얼마나 바뀌겠어?”
나는 이제 이렇게 답하고 싶다.
“세상이 얼마나 바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출퇴근길은 확실히 더 좋아졌어.
그 정도면, 시작할 이유로 충분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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